자작시, 주제없는 글(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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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_ 목련 봉오리
목련 봉오리 청아한 하늘 사이 봄나무 그늘 아래로 가 올려다보는 계절, 봄기운을 담기 시작한 어린 봉오리 그 아래 제 그늘에 젖은 감은색 가지. 아직은 펼치지 못하여 나비와 꿀벌은 그대로 지나쳐 가버리고 흩날리지 않아, 행인의 지나가는 시선을 끌지 않아도 여기에는 초봄이 맺히었다. 미숙한 봄이 어줍지 않은 날에 청명한 하늘 등 두드리는 햇살 고개 내민 잎새 하늘 사이 목련 봉오리가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요새는 여유가 너무 없었던 기분이라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자는 생각으로 이 시를 남긴다.
2021.03.22 -
꽃을 찾는 나는_자작시
꽃을 찾는 나는 관심이 꽃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꽃의 이름 모르니 지금도 사실 관심은 없겠네요. 자신이 꽃을 찾음을 인지하고 이름도 모를 들판 꽃을 꺾던 때에 제가 찾던건 꽃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언젠가 꽃을 바랐습니다. 저는 그에게 꽃을 전한 적 없었고 아마 그에게 꽃을 전할 길 없으나 지금 아직도 꽃을 찾고는 합니다. 제가 찾던건 역시나 꽃은 아니었습니다. 그의 미소가 있기에 차디찬 바람이 살을 에는 때에 꾀꼬리 종달새 울음소리 기약하며 황량한 도시의 보도블럭 위에 서서 빼꼼히 들이민 꽃을 헤매던 때에 제가 찾던건 단 한번도 꽃은 아니었습니다.
2021.02.05 -
그믐달 _자작시
그믐달 그믐달 뜨는 날에는 달빛이 약하여 밤 중에 그를 바라봅니다. 그믐달을 쫓아간 초승달은 그 빛에 안착합니다. 보름달 뜨는 날이면 다시금 올라가 달빛을 바라보곤 하였는데 그믐에도 밝은 줄 알게 되어 보름달은 차마 보지도 못하네요.
2021.01.29 -
자작시_불변
불변 칠흑 빛깔의 먹물 위에서 단 일점 바꿀 수 없어도 이 혈관 모든 심장에 다짐을 했다. 실오라기 틈새의 햇발에도 광염에 놓인 나방과 같이 따라가겠다. 심연을 지나갈 길을 안다면 일생을 걸어두겠다. 이제 다시 바꿀 수도 없단 생각에 가던 길을 넋 잃고 바라도 보았다. 지나왔던 세상 많은 가시밭들은 다시금 자라나 발밑에 닿았다. 이러한 모든 게 다 고정돼 있어도 적어도 하나는 들어내겠다. 이제껏 발길에 채인 돌도 새롭게 늘상 다닌 거리도 새롭게 다시 다가온다. 이 생애의 흐름은 멈추지 않았고 일생의 강물은 흘러오니 내 삶의 오만과 불평을 가지고 나는 언제까지 가지고 가겠는가 나아가자 시간은 흘러가 돌이킬 수 없으나 닿았던 시련은 기억에 잠긴다. 여기 놓인 세상 많은 장애물들을 밟고서 딛고서 올라가 볼 테..
2021.01.08 -
자작시_사월의 눈
사월의 눈 벚꽃 잎에 비치는 햇살에 비록 그대 눈이 감길지라도 만개한 화원의 아름다움도 그대 그윽한 눈빛을 바래지 못해 분홍빛 화사하게 코발트 물에 퍼지고 나의 시야엔 사월이 가득한데 그대 눈빛은 너무나 깊어서 벚꽃과 코발트 하늘을 담은 나의 시야도 그대 눈 속에서 헤엄치기 바빴습니다. 그대 눈에 보이는 벚꽃이 한풀 한풀 내려 안기는 와중 하늘한 하늘이 새하얗도록 비쳐 사월의 눈꽃을 나에게 전해 그대가 걸어가던 자리의 파란 하늘에 앉은 벚꽃이 물들어 얘기하길 나의 미소엔 그대가 가득해 꽃잎 속 사월의 눈꽃을 담은 그대 시야도 나의 입꼬리에 걸리어서 맺혔습니다. 시간이 지나 봄날이 지나도 이 날의 눈빛을 그릴 순간엔 우연히 고개를 돌리는 때에 그대 역시도 여기를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시간이 지나 꽃잎은 산..
2021.01.08 -
자작시_항구의 노래
항구의 노래 언젠가 누군가 말하길 배로 왜 바다를 나가나? 항구 안에 정박한 배는 매우 편히 바다를 즐기는데? 당황해 잠시 생각하니 뚱딴지 헛 소리였네 어찌 그런 얄팍한 생각 속에 배를 낭비하여 버리나? 활용 않고 남겨두면 그새 녹이 뒤덮어 더는 가치가 없지. 위험을 감수 안 하는 자세는 가치를 놓친다네 바닷속의 시련 속에 장관을 보고 세상을 알지 겁 속에 살아 그늘 밑 한산한 공기만 추구하면 해변과 항구 둘만으로 바다를 다 보았다고 바람 부는 바닷가 태풍 속을 겪고 바다를 정복했다고 그러다가 배가 삭아 더는 이제 바다를 보지 못하게 되지 그러니 그가 다시금 이런 말을 또한 남기기를 그렇다네 허나 내게 발끈해 무모한 짓 하지 말게 시련 없는 실패 무모한 항해는 남기는 게 없다네 누구나 바다에 나가 장관을..
2021.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