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주제없는 글 27

자작시_불변

불변 칠흑 빛깔의 먹물 위에서 단 일점 바꿀 수 없어도 이 혈관 모든 심장에 다짐을 했다. 실오라기 틈새의 햇발에도 광염에 놓인 나방과 같이 따라가겠다. 심연을 지나갈 길을 안다면 일생을 걸어두겠다. 이제 다시 바꿀 수도 없단 생각에 가던 길을 넋 잃고 바라도 보았다. 지나왔던 세상 많은 가시밭들은 다시금 자라나 발밑에 닿았다. 이러한 모든 게 다 고정돼 있어도 적어도 하나는 들어내겠다. 이제껏 발길에 채인 돌도 새롭게 늘상 다닌 거리도 새롭게 다시 다가온다. 이 생애의 흐름은 멈추지 않았고 일생의 강물은 흘러오니 내 삶의 오만과 불평을 가지고 나는 언제까지 가지고 가겠는가 나아가자 시간은 흘러가 돌이킬 수 없으나 닿았던 시련은 기억에 잠긴다. 여기 놓인 세상 많은 장애물들을 밟고서 딛고서 올라가 볼 테..

자작시_사월의 눈

사월의 눈 벚꽃 잎에 비치는 햇살에 비록 그대 눈이 감길지라도 만개한 화원의 아름다움도 그대 그윽한 눈빛을 바래지 못해 분홍빛 화사하게 코발트 물에 퍼지고 나의 시야엔 사월이 가득한데 그대 눈빛은 너무나 깊어서 벚꽃과 코발트 하늘을 담은 나의 시야도 그대 눈 속에서 헤엄치기 바빴습니다. 그대 눈에 보이는 벚꽃이 한풀 한풀 내려 안기는 와중 하늘한 하늘이 새하얗도록 비쳐 사월의 눈꽃을 나에게 전해 그대가 걸어가던 자리의 파란 하늘에 앉은 벚꽃이 물들어 얘기하길 나의 미소엔 그대가 가득해 꽃잎 속 사월의 눈꽃을 담은 그대 시야도 나의 입꼬리에 걸리어서 맺혔습니다. 시간이 지나 봄날이 지나도 이 날의 눈빛을 그릴 순간엔 우연히 고개를 돌리는 때에 그대 역시도 여기를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시간이 지나 꽃잎은 산..

자작시_항구의 노래

항구의 노래 언젠가 누군가 말하길 배로 왜 바다를 나가나? 항구 안에 정박한 배는 매우 편히 바다를 즐기는데? 당황해 잠시 생각하니 뚱딴지 헛 소리였네 어찌 그런 얄팍한 생각 속에 배를 낭비하여 버리나? 활용 않고 남겨두면 그새 녹이 뒤덮어 더는 가치가 없지. 위험을 감수 안 하는 자세는 가치를 놓친다네 바닷속의 시련 속에 장관을 보고 세상을 알지 겁 속에 살아 그늘 밑 한산한 공기만 추구하면 해변과 항구 둘만으로 바다를 다 보았다고 바람 부는 바닷가 태풍 속을 겪고 바다를 정복했다고 그러다가 배가 삭아 더는 이제 바다를 보지 못하게 되지 그러니 그가 다시금 이런 말을 또한 남기기를 그렇다네 허나 내게 발끈해 무모한 짓 하지 말게 시련 없는 실패 무모한 항해는 남기는 게 없다네 누구나 바다에 나가 장관을..

2021 신춘문예 응모를 하며...

따로 알리지는 않았지만 제가 블로그에 올리던 시들은 제가 지은 시들 중에 제 맘에 그다지 들지 않거나 완성되지 못하여 이후에 따로 활용하지 않을거라 생각한 시들을 주로 올렸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신춘문예에 응모를 하면서는 여기 블로그에 올리지 않은 비공개 시들을 활용하였으나 개중에 하나가 살펴보니 여기에 미완성인 채 연 하나를 공개로 올렸던, 그 당시 가제로 청록이라는 시입니다. 해당 시는 두 시기의 감정을 각각 다른 시기에 작성하여 하나로 합쳐서 비로소 완성시킨 시인데, 올해 여름에 처음 쓰기 시작하여 가을에 완성하였습니다. 잎이 무르익고 단풍이 져 떨어지는 그 순간까지를 담는 시이나 해당 시를 완성시키기 전에 앞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처음 썼던날 블로그에 올리고 이후에 시가 더 쓰여지고 따로 활용해..

자작시_ 나의 시가 좋아서

나의 시가 좋아서 내가 기억하는 나의 첫 글은 나의 시였다. 학교에 입학한지 얼마 안 된 시절부터 내가 아끼는 감정들은 글의 소재로 남겨졌다. 현인들의 철학이 이 글에 담기지 못하고 역사의 조각이 표출되지 못하더라도 나는 나의 시가 좋다. 비록 쇄편으로 이루어진 것일지라도 나의 세편은 나에겐 아름다웠다. 이런 나의 그을 아끼는 그들도 나의 조각을 집어갈 테지

윤동주-서시 + 짧은 개인 얘기

서시 _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 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의 서시이다. 초등학생 시절에 서시를 처음 접한 그 순간 너무나도 충격적이고 가슴 깊게 전해지는 의지에 그날 외워질 때까지 읊었다. 학창시절엔 좀 더 많은 시들을 외우고 다녔으나, 지금도 평소에 외우고 다녀 낭독할 수 있는 시는 딱 세 편 뿐인데 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많이 읊은 시이다. 적게 잡아도 살면서 수천번은 음독을 하였고 훨씬 보수적으로 잡아도 백번 가량은 누군가의 옆에서 낭독을 하였다. 이 시를 외국인 친구들도 알았으면 좋겠어서 대학에서 기회가 되어 외..

자작시_ 장마

엄청 겁나게 억수로 흘러내려 비탈길을 걷다 고이지 않은 빗물에도 발이 젖을 수 있음을 상기했다. 더위가 싫어 장마를 즐겼으나 비를 가리지 못할 때야 문제가 있다 비를 받지 못해 내 발이 잠길 때야 문제가 있다. 땅과 풀 포기와 나무는 준비된 만큼 받아들이고 메마르게 가꾼 토양은 단비에도 무너져 흘러간다. 이 땅에 나무와 풀과 배수로까지 마련해야 비로소 장마를 받아들이겠지 오늘은 이곳에 풀 한 포기 씨앗을 심어둔다. ------------------------------------------------------------------------------------------------------------------------ 지난밤 기사를 보니 이번 침수로 허망하게 떠난 목숨이 여럿 있었다. 이 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