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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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_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呼(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呼 다발에 담기지 못한다 하여 꽃이 아름답지 않음은 아니리 혹자 세상 제일가도 불기용에 무의미라 일러도 절벽에 뿌리 내린 매화라도 눈 속에서 일생의 미를 간직하니 제일의 뜻은 멀리 있지 않는다.
2020.10.14 -
자작시_ 나의 시가 좋아서
나의 시가 좋아서 내가 기억하는 나의 첫 글은 나의 시였다. 학교에 입학한지 얼마 안 된 시절부터 내가 아끼는 감정들은 글의 소재로 남겨졌다. 현인들의 철학이 이 글에 담기지 못하고 역사의 조각이 표출되지 못하더라도 나는 나의 시가 좋다. 비록 쇄편으로 이루어진 것일지라도 나의 세편은 나에겐 아름다웠다. 이런 나의 그을 아끼는 그들도 나의 조각을 집어갈 테지
2020.09.17 -
자작시_ 상현망간
상현망간 달이 차오르는 와중에 이 마음은 왜 이리 공허한지 달이 차올라 원형을 이루는 와중에 영에 수렴하는 듯 하다. 긴긴 밤을 지나 내 손에 든 펜을 내려놓지 않은 때에 달이 저무는 와중에도 빈줄 알던 마음엔 세월이 담기리라.
2020.09.13 -
자작시/ 나의 자화상
그리워하던 그 때가 왔는지 보려고 산모퉁이를 돌아 버려진 우물을 찾아 안을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그 시절 처럼 달이 밝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이젠 여름이 왔습니다. 오늘 우물 속 비친 사내 모습을 보면 기쁨이 있어야 할텐데 오늘도 그 사나이가 미워져 생각이 멈춥니다. 전에 여기 있던 사나이는 미워도 그립고 가을 속 추억처럼 남아있었는데 어쩐지 이제는 그리움도 없이 미워져 돌아갑니다. 그 시절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었습니다. ----------------------------------------------------------------------------------------------------------- 눈..
2020.08.16 -
자작시_ 장마
엄청 겁나게 억수로 흘러내려 비탈길을 걷다 고이지 않은 빗물에도 발이 젖을 수 있음을 상기했다. 더위가 싫어 장마를 즐겼으나 비를 가리지 못할 때야 문제가 있다 비를 받지 못해 내 발이 잠길 때야 문제가 있다. 땅과 풀 포기와 나무는 준비된 만큼 받아들이고 메마르게 가꾼 토양은 단비에도 무너져 흘러간다. 이 땅에 나무와 풀과 배수로까지 마련해야 비로소 장마를 받아들이겠지 오늘은 이곳에 풀 한 포기 씨앗을 심어둔다. ------------------------------------------------------------------------------------------------------------------------ 지난밤 기사를 보니 이번 침수로 허망하게 떠난 목숨이 여럿 있었다. 이 시는 ..
2020.07.24 -
상처, 삼겹살_자작시
상처 깊이 패이지 않았다. 깊게 베이지 않았다. 흉이지고 살을 꼬매던 와중에도 그렇게 위안했다 뼈가 부러졌더라도 지내다보니 붙어있더라 그러다 어느날 작은 찰과상에 곪을지 알지 못한채 진액이 나오는걸 보고서야 말끔히 드러내고 알싸한 소주향의 소독약을 바른다. 상처가 지져지는 그 순간은 참 아프더라 아마 그 이전은 너무 깊었고 너무 갈라졌고 끔찍했을텐데. 제때 받은 진통제 소염제 항생제에 나는 내 상처의 아픔을 잊어버렸다. 살짝 부딪혀도 울던 아이시절을 철 없게 바라보았다. -------------------------------------------------------------------------------------------------------------- 삼겹살 저번엔 전기 불판 썼더니 불맛이..
2020.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