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서시 + 짧은 개인 얘기

2020. 7. 29. 23:33자작시, 주제없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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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_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 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의 서시이다. 초등학생 시절에 서시를 처음 접한 그 순간 너무나도 충격적이고 가슴 깊게 전해지는 의지에 그날 외워질 때까지 읊었다. 학창시절엔 좀 더 많은 시들을 외우고 다녔으나, 지금도 평소에 외우고 다녀 낭독할 수 있는 시는 딱 세 편 뿐인데 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많이 읊은 시이다. 적게 잡아도 살면서 수천번은 음독을 하였고 훨씬 보수적으로 잡아도 백번 가량은 누군가의 옆에서 낭독을 하였다. 이 시를 외국인 친구들도 알았으면 좋겠어서 대학에서 기회가 되어 외국 친구를 알게되면 영어로 번역을 해서라도 알려주었다. 비록 번역문으로는 윤동주의 그 마음이, 그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기는 어렵지만 조금이라도 전달이 되었으면 하였다.

 집에 몇권의 시집이 있으나 다 읽고서도 다시 손에서 놓지 않는 시집은 윤동주의 유고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뿐이었다. 얼마나 애착이 심한지 내가 참여한 독서모임들 중 한 곳에서는 아예 내 이름이 아닌 동주라는 닉네임으로 살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 블로그의 다른 글에서 윤동주에 대해 언급하면서 윤동주와 관련한 여러 기념품들을 사서 쓰는걸 즐기는 것을 밝히기도 하였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니 어느덧 윤동주가 살아갔던 날들보다 더 오래 산지도 꽤 흐른것 같다. 어릴 때는 나도 단명하면 어떻게하지 하는 고민이 많았는데 요새는 90세 까지의 인생을 계획하며 생각하는 듯 하다. 윤동주가 남긴 반점 하나, 온점 하나 하나 하나 마저도 나의 의지에 큰 주춧돌이 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긴 행적에 비해 내 양심은 비루하기 짝이 없다. 매번 윤동주 처럼 누군가의 가슴에 의지를 심어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생각했음에도 매번 별거 아닌 유혹에 흔들리고 나뭇잎을 볼 때마다 괴롭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나의 생각 중 올곧은 부분만 따로 뗴어다 글로 남기려 함에도 그 조차도 부끄러운 부분이 많아 또 낯부끄럽다. 

 그러나 이런 죄스러운 나도 참 많은 곳에서 참 희한한 경험들을 많이 해 왔기에 진심어린 감사를 여러번 받기도 하고 사고나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기도 하고 많은 도움도 받아왔다. 요새 내 스스로 돌이켜 보았을 때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많이 바뀐 이후로 내 마음가짐에도 변화가 있어, 그런 빛나는 시기들을 퇴색 시킬 만큼 내가 해야할 일이 아닌 것과 내가 떠나기로 한 분야에 다시 시간을 허비하고 정신을 허비하기도 하였는데, 이제 앞으로는 내게 주어진 길을 걷는데 다시 집중하도록 노력해야겠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현대어판)(초판본)(윤동주 초판본 육필원고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미니북(초판본)

 

To the day I die, I look up to sky
I hope I'm not ashamed of myself.
Despite the wind in the leaves,
I was distressed.
with a singing heart of stars
Love all dying things.
And the path that's given to me,
I would walk.

Even tonight, the wind grazed the weeping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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