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주제없는 글(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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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없는 글. 장면1
#scene 1 때는 2020년 5월 20일 날이 길어지는 게 슬슬 느껴져 저녁 8시경에도 어스름한 빛바랜 파란 물을 고개 들어 볼 수 있는 시기였다. 지하철을 내려 역사를 걷다 보면 놓여있는 몇 개의 벤치가 그날따라 눈에 들어온 것은 왠지 오래 앉아 있었음이 느껴지는 한 소년의 존재감 때문이었다. 그 소년은 눈시울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으나 그것이 눈병이 아니라 설움에 찬 눈물을 애써 참으려 하기 때문임은 그 표정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슬프고 화가 나면 핏기가 차오르는 것은 예삿일이지만 그런 감정 만으로 그 소년만큼 달아오르려면 안구가 남아 있을까 싶다. 그렇게까지 힘겹게 눈물을 참고 있으나 그 표정을 보기 전까지는 그가 어떤 감정을 품고 있다고 생각지 못할 만큼 어찌나 그 자세가 올곧았는지, 뒷모습을 ..
2020.05.26 -
자작시_ 다짐
다짐 비가 내려 다다른 곳에 땅이 있다. 비가 닿는 곳에 꽃이 있다 풀잎이 있고 바람이 있다. 햇살이 있어 구름도 있다 아스팔트 도로가 있다. 비에 젖기 싫었던 장화는 빗물이 담긴 아스팔트를 밟고 조심스레 건너나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비에 젖는다. 매일 거닐던 땅을 지나갈 뿐일 터 고뇌를 피하고 싶은 모두가 이 양말에 젖었다. 땅이 있다. 빗소리가 그칠 때까지 땅 위에 서 있겠다.
2020.04.19 -
임시로 남기는 글_자작시
벚꽃 잎에 비치는 햇살에 비록 그대 눈이 감길지라도 만개한 화원의 아름다움도 그대 그윽한 눈빛을 바래지 못해 분홍 빛 화사하게 코발트 물에 퍼지고 나의 시야엔 4월이 가득한데 그대 눈빛은 너무나 깊어서 벚꽃과 코발트 하늘을 담은 나의 시야도 그대 눈 속에서 헤엄치기 바빴습니다. 따스한 기온 속에 한참을 헤엄쳐 나의 시선은 그대 어느 순간을 향해 도달하려 나아갑니다. 2020.03.30 임시로 남기는 글 2020.05.30 3연 추가 2020.11 해당시를 전체적으로 수정하여 4월의 눈 작성
2020.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