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어르신을 보면서

2020. 8. 12. 20:24사회,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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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전 한국은행 총재였던 박승 어르신께서 자신의 남은 생활에 쓸 생활비를 제외한 자산들을 현금화하여 자신의 모교에 마저 기부하였다는 뉴스를 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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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전 한은 총재..모교에 10억 기부… '전재산 환원' 약속지켰다

박승(오른쪽) 전 한국은행 총재가 3일 모교인 전북 김제 백석초등학교에서 장학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박승(84) 전 한국은행 총재가 3일 모교인 전북 김제 백석초등학교에 장학금 1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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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뉴스를 십년이 넘게 매일 챙겨보다보면 이 분을 잊으려 할 때마다 접하게 됐었는데, 이제 자산을 다 환원하셨으니 이번 기부가 이 분이 살아계시는 동안 마지막 기부가 될 듯하여 앞으로 좋은 소식에서 어르신 얼굴을 못 볼 듯 하여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이 분이 기부 이후 가장 최근에 남긴 인터뷰를 같이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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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전 한은 총재 "부동산 폭등, 이대로는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 온다"

"1980년대 일본이 겪던 현상을 우리가 겪고 있습니다. 저금리로 푼 돈을 언젠가는 회수해야 할 텐데, 지금처럼 집값이 오른 상태에서 그렇게 하면 폭락이 뒤따르고 은행이 부실화하고 경기침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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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 체계 경제관에서 남들보다 뛰어나고 깊은 철학을 가진 사람 중에 진보철학을 가진 사람 비율이 매우 적을 수 밖에 없는데 이 분은 경제관이나 그 철학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점에서 진보철학자들의 귀감이 되는 분이시다. 진짜 진보철학을 가진 사람이면 자산은 자신의 젊을 적에 자신의 능력으로 벌어서 자식에게 남기지 않고 사회에 모두 환원한 후에 떠나는게 맞지만, 진보라 말하는 정치꾼 중에 이분의 발바닥에라도 닿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물론 내가 말하는 정치꾼은 위선적인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언변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언론에서 말장난이나 하는 사람들을 일컫고 제대로 된 진보 정치인이라면 그렇지 않을테다.

 

 나는 이분처럼 행동할 실력이 부족했기에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를 왔다 갔다 하는 경제관과 철학 속에서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을 충분히 사용하고 최소한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 입장에서 나는 항상 중도보수에 가깝게 선택을 하며 살아왔지만 이렇게 진보 측 철학에서 자신의 철학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매우 귀하기에 그를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우리나라에 진보라 외치는 그 많은 사람 중에 진짜 이분과 같은 사람이 절반이라도 된다면 이렇게 경쟁심이 불타는 한국 사회에선 항상 기회가 넘치고 매해 엄청나게 많은 인재가 쏟아질 것이다.

 

 사실 시장경제체계에서 진보 철학을 가진 집안과 보수 철학을 가진 집안이 자유경쟁을 한다면 압도적인 실력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보수적 경제관을 가지는 게 무조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쟁은 자신보다 경제적으로 위에 있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닌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이루어지기 때문에 따로 교육을 받지 않는 이상 대다수의 사람은 자신과 관련된 정책은 근시안적으로 보수적인 정책을 바라게 된다. 이러한 형태는 미국 백인 사회를 비롯한 여러 사회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특권을 가지는 상류층과 정치적 교육을 받지 않는 소외계층에서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 얘기가 진보정책이 보수 정책보다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기와 국가적 전략에 따라 적절한 정책이 따로 있을 뿐이다. 그러나 보수적인 정책이 장기간 방치될 경우 중산층의 폭이 줄어들어 사회 문제가 눈에 띄기 시작할 즘에 대처하기 힘들어질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 그런 얘기를 장황하게 할 필요는 없을 듯싶다. 단지 박승 어르신의 모범적 행동을 보면서 우리나라 진보 정치인들 중에 충분히 성숙한 사람들이 많이 나왔으면 바란다.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 말도 안 되는 논리의 당파 싸움으로 인해 분명한 보수 철학을 가졌으면서도 자신이 진보 측 정당에 있으니 진보 정치인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반대로 어떤 경우엔 보수 측 진영에서 진보적 관점을 가지고 논리를 전개하기도 한다. 잘못된 정당 이권 다툼으로 정작 정치 철학이 묻혀 버리는 게 안타깝다. 정치인들 스스로 자신의 정치 철학을 되돌아보지 않는데 일반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원래 권력을 지향하면 양심에 의한 중도 진보는 있어도 진짜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은 존재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당파 싸움을 우선시하다 보면 거의 90%가 보수 철학인데 말로만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만 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책 입안은 힘 싸움이니 그것을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단지 정치인들 스스로 자신의 철학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뿐이다. 애초에 박승 저분 같은 실력이 있지 않는 이상 진보적 가치관으로는 권력과 재력을 만들 수가 없다. 그래서 유명한 진보 정치인인데 재산이 별로 없고 빚만 잔뜩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주변에서 아무리 구설수에 올리고 해도 그래도 진짜 철학이 있는 정치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자리에서 입법시키고 수십억씩 재산 불리는 사람들이 여야 상관없이 수두룩한 현실이니 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어느 부분에서 국민들에게 욕먹을 거리가 있더라도, 과거 대통령으로서 임기 막바지에도 빚이 늘어 순자산이 마이너스였던 노무현씨나 서울시장을 몇 번을 해도 마이너스 7억 자산이던 박원순 같은 사람은 정치 철학이 있는 사람이라면 행적을 조금만 되짚어 보아도, 보수측 가치관을 가졌더라도 정치적으로 함부로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물론 이것이 적법한 절차로 판결까지 받지 않고 죽음을 택한 선택의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물론 진보 정치인의 우상이 되려면 그렇게 가난하게 평생 사는 게 아니라 젊을 적에 실력으로 돈을 많이 벌고는 장년 이후로 그걸 계속 기부하면서 살 수 있는 정치인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자본주의 체계에서는 실력이 있으면 보수 성향으로 기울지 않기 힘들다. 바닥부터 올라온 사람조차도 자신이 성공한 이후로 돈을 굴려서 더 크게 버는 게 순전히 실력 때문이고 정당하다고 스스로 세뇌시키기 때문에 정보의 격차와 모럴해저드가 일정 수준의 성공 이후부터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음을 느낀다 해도 스스로 자신의 실력으로 얻는 정당한 이권이라고 정당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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