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이라는 단어에 대해. 노력을 웃음거리로 아는 시대.

2020. 6. 3. 10:41사회,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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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굉장히 자극적인 제목이고 굉장히 조심스런 주제이다. 이런 주제는 항상 글을 제대로 읽지 않고 반박하는 사람이 많기에 미리 말하자면, 나는 이 단어가 유행을 타서 퍼지기 훨씬 이전인 2010년대 초반부터 가끔씩 써왔고 지금은 입에 담지 않는 말이다. 그 얘기는 적어도 내가 이 단어를 쓸 당시 즉, 2012~2017년도 즈음에는 이 말에 어느정도 공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라는 얘기이다. 물론 지금이 근 10년 중에서는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라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내가 이 단어를 자주 쓸 당시에만해도 1등 지향주의와 치열한 경쟁의식을 덕으로 보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시대였다.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대기업들이 야근이 더 잦은 모습이었고, 이따금씩 같이 식사를 하는 선배는 피로 누적으로 입술이 부르터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여유가 있는 날 대학 후배들에게 찾아가서 얘기를 해 줄때는 학생때 많이 놀아야 한다, 사회 생활은 고통이다라는 얘기였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삶이 두려운 다른 선배는 그런 것이 싫어 분위기 좋은 회사를 찾다 중소기업으로 이직을 하기도 하였다. 그 시기에도 임금 격차는 지금만큼 존재하였지만 여러 정책으로 분위기가 바뀌어버린 지금 시점에서는 이게 가까운 과거라는 사실이 믿기 어렵다.

 

https://gkjeong.tistory.com/4?category=802605

 

오늘까지의 현 정부의 실책에 관하여

 이 글에 앞서 먼저 한가지 명시하고자 한다. 이 글은 현 정부를 비판하는 글이지만 현재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있지는 않다. 현 지도자의 판단력과 자질에서 어떤점이 부족한지 개인적인 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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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타깝게도 그 시절에 이미 중국의 성장으로 한국의 제조업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하였고,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만큼 매년 들려오는 분위기가 달랐기에, 당시의 학생들은 그런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공부를 더 열심히 하였다. 그러나 놀던 문화가 남아있던 시기이기에 노는것과 미래를 준비하는것 어느 한가지 포기하지 못하고 좀 더 노력해서 두가지를 다 챙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시기에 존재는 하였지만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던 헬조선이라는 말이 급격하게 널리 퍼지기 시작하였다. 

 경기 사이클이 바뀌며 자기들이 보아온 어른들과 같은 길을 걸었음에도 자신의 미래가 불안정한 세대들은 자기 자신에게 잘못을 찾기 어려웠기에 당연스럽게 성장력이 떨어진 국가를 원망하였다. 그리고 그들이 몇년전의 바로 윗세대보다 더 노력하고 있음이 분명히 보였기에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을 비판하는 것은 '꼰대'라고 불리며 사회적으로 공격당했다.

 문제는 그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윗세대를 무시하고 노력을 포기하고 심지어 노력하는 것을 웃음거리로 삼는 집단이 같이 인정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즘와서 보면,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실력을 쌓고 기술을 익히고 자리를 잡아가는 길을 택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 오히려 확률이 적음에도 즉각적이고 좀 더 쉽게 돈을 벌고 싶어하고 그런것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과시하는걸 너무 많이 즐긴다. 물론 카카오톡 이외의 SNS 활동을 하지 않는 나조차도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 자신의 잘난 부분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부러움과 칭찬을 받는게 얼마나 자극적인지 알고 있으며, 절제할 수 있다면 그런게 꼭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런 SNS 활동이 많아지다보니 10대 20대에게 특히 영향을 많이 끼친다는 것이다. 다소 편협적인 시선일 수 있으나 나의 주변에서 최근에 헬조선이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중에 평소 성실한 사람이 많지 않으며 그런 표현을 쓰는 대다수는 SNS 활동을 활발히 하던 지인들이었다. 과거 노력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자조적인 의미로 널리 퍼지기 시작했던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어느새 계속 노력하는걸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는 잘 쓰이지 않고 자신의 놀음을 정당화하고 남에게 비아냥 거릴 때 주로 등장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노력의 가치를 얻지 못하여 노력을 포기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나, 노력을 포기한 사람이 노력하는 사람을 조롱하는 것은 도덕의식의 문제이다. 또한 힘든 시기에 지향되어야 하는 성실함이 지양되는 사회가 된다면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

 

https://news.v.daum.net/v/20200603050703322

 

"헬조선이 웬 말? 한국만 한 나라는 없다" 한국인보다 더 '찐' 한국인

[서울신문]한국 사람보다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이라는 세간의 평가는 틀리지 않았다. 선불교에 빠져 ‘무일푼 한국행’을 택했다는 독일인은 한국의 구불구불 산길이 너무 좋다고 했다.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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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말하던 시기에 아직 대학생이던 나는 한 때 여름방학 기간 동안 건설 노동일을 아르바이트로 한 적이 있었다. 충북 음성,진천 혁신도시 개발 초기 시절이었는데 당시에 충청도에 내려가 숙소생활을 하면서 한달 반 정도 도로 경계석을 놓다가 남은 방학기간은 서울에 다시 올라와서 수리논술 첨삭 등을 하면서 보냈다. 당시에는 돈이 필요해져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지만, 좀 더 거친 숙소 생활이 나중에 군 입대 이후에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였고 어릴 때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게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아버지의 조언을 받아 들여서였다.

 그런데 당시에 건설 노무자로 잠시 살아가면서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나의 생각과 참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당시 같은 팀으로 일하던 한 분은 지상파 방송사에서 다큐멘터리(? 기억이 오래되어서 정확하지가 않다.) PD를 하다가 일을 잃고 나온 사람이었는데 자신의 다음 일을 찾기 전까지 쉴 수 없어서 그 곳에 나온 사람이었다. 또 어떤 분은 3개 국어를 다루었고 역사 지식이 많은 편이었는데 자신의 과거 얘기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나를 귀여워 해 주신 덕에 일하는 와중에도 계속 새로운 지식을 알려주었다. 물론 계속 노동일을 해오던 사람이 더 많았지만 얘기를 나누다 보니 자신이 원래 하던 일을 잃고서 새로운 일을 찾기 전까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꽤나 있었다. 그렇다고 그게 쉬운 일은 절대로 아니었던게 한 여름철 시멘트와 아스팔트 온도는 살이 익을 정도이고 햇빛이 워낙에 따가웠기에 뙤약볕에서도 긴바지와 팔토시를 하고 굉장히 무거운 거푸집 등을 계속 날라야 했고, 날이 더 더워지자 나는 버티기 힘들어 서울에 금방 올라왔었다.

 앞서 말한 분들과 지금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한동안 소식은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 다들 다른 직장을 찾아 옮겨 갔다고 들었다. 물론 현장에서 계속 일하는 분들은 그 분들대로 충분히 멋지게 살고 계시리라 믿는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이 용접 같이 눈에 띄는 기술 노동만 임금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겨우 한달 반 밖에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내가 보아온 사람들 사례만 보아도 굉장히 간단해 보이는 일들도 기술이 필요한 동작들이 있고 그런 기술을 익힌 사람들은 일당이 몇십만원 단위였다. 

 

 물론 내가 일하던 현장이 당시에 굉장히 외진곳에 계획 도시의 도로가 깔리기 시작하던 시기라 시야에는 모래산과 아스팔트 도로만 있고 일이 고단하니 다들 일찍 잠들어서 상대적으로 그 사람들의 좋은 면모만 보았을 확률이 높다.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다른 현장에서는 술과 도박에 빠져서 갑자기 잠수타는 사람도 많고 그 밖에도 여러 문제들이 있다고 들렸으니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먼저 얘기한 사람들 처럼 자신의 업을 쉬고있을때 그 자리에 온 사람들이나 남들이 얕잡아보는 자신의 길에서 묵묵히 정진하던 사람들은 나의 눈에는 쉬운길을 찾으려는 사람들보다 훨씬 현명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삶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기에 내가 남들이 부러워하는 위치에 서고 전문성을 주변에서 인정을 받게 되어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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