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말에 진실은 어느 정도 드러나는가.

2020. 6. 11. 20:30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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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의 타이틀만 보아서는 철학 카테고리에 담길 글인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식 얘기이다. 사실 지금 얘기할 것은 아주 사소한 것에 대한 비난으로 이런걸 끄집어 내는 것이 인생의 낭비라고 느끼기도 하지만 이 블로그의 목적에 따라 글을 적는다. 이 블로그의 존재 목적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종합적 사고를 하여 편향된 사고를 방지하는데 있다.

 요새 나는 일이 바빠 주요 뉴스만 확인하는 탓에 증시 상황은 관심을 두지 않지만 금융권 종사자 친구들과 연락 중에 간단한 뉴스는 이따금씩 접하고 있다. 그러다 오늘은 코스피가 -2.2% 가량 하락하였다가 장 마감시기에 어느정도 다시 회복하였고 하락할 당시에 아래의 기사가 나온것을 알게 되었다.

 

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20061168376

 

낙폭 커지는 6월 선물옵션 만기일…기관·외국인 '팔자'

낙폭 커지는 6월 선물옵션 만기일…기관·외국인 '팔자', 美 FOMC 영향 제한적 코스닥, 동반 하락세

www.hankyung.com

 기사 내용을 대략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오늘이 선물옵션 만기일(매 분기마다 존재하는 여러 상품의 만기일이 오는 '네 마녀의 날' 이었다.)이라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로 증시가 하락하고 있고, 이전날까지 9거래일 연속으로 오른 만큼 숨고르기 중이다.' 확인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적당히 짜집기한 말이다. 그럼 그 말이 합리적인 얘기일까? 사실 증권사의 연구원이 이런 얘기를 이런 수준으로 했다면 그것은 모럴해저드의 문제이다. 경제공부를 따로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전문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어 이 얘기를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럼 그들은 앞으로 선물 옵션 만기일마다 잘못된 정보를 고려하여 선택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일단 저 말을 하나씩 뜯어보면 모두가 맞는 얘기이다. 선물옵션 만기일이고, 기관과 외국인은 매도중이고, 오래 올라 왔으니 내려갈 시기가 되었다. 그런데 이 중에 선물 옵션 만기일은 사실 오늘 같은 날의 증시 하락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가 힘들다. 그저 오늘이 그날이고 적당한 구실을 만들어서 시장의 불안정성을 감추기 위한 도구로 저 말에 같이 끼워졌을 뿐이다.       (실제로 이 글이 쓰여진 다음날[06/12]에도 조정장은 더 강하게 이어졌다.)

 

 옵션 만기일이 도래할 즈음에 증시가 단기적으로 배팅한 옵션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흐름이 있는건 확실하다. 그러나 공매도가 풀리지 않은 현 상황에서 옵션으로 인해 가격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첨언하면 하락할때 옵션 배팅에서 이득을 보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이다. 옵션 중 더 높은 가격에 팔수 있게 설정해둔 풋옵션 이득을 키우던가 더 낮은 가격에 사는걸 걸어둔 콜옵션 가격까지 내려서 손실을 줄이던가하는 두가지 케이스인데 그게 아니면 옵션 설정된 밸류에이션 벗어나게해서 무효화시키기 위함도 있다. 

 공매도가 있을때는 자신의 비중이 없는 종목에서 가격 하락을 조장할 수 있으니 옵션 종료 전에 계산상으로 이득이 된다면 가격을 낮추는 경우가 빈번 하지만, 공매도가 없으면 자신이 비중을 많이 들고 있는 종목에서만 가격조정력을 가지고 있으니 자신의 자산가치를 깎아 먹는 배팅을 함부로 할수 없어서 옵션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는 있어도 내리는 배팅은 거의 안하게 된다. (물론 이게 공매도가 항상 가격을 내린다는 얘기는 아니다. 경우에 따라 다른 조건에서는 공매도된 물량이 있기에 적정 가격을 방어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물론 자산 비중의 문제이기에 자신이 보유한 종목의 가격을 내리면서도 전체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시장 전체 단위에서의 기댓값을 생각해 봤을 때 단지 옵션 때문에 흐름이 그렇게 조정 될 이유가 없다. 결국에는 이런 시기에 증시가 왜 하락하는지에 대한 대답으로 옵션을 얘기한다면 진실을 감춘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시장이 단기간에 과열되었다 판단해서 전문투자자들 사이에서 비중 조정이 있었다고 해석하는게 당연히 합리적이게 된다.

 

 사실 이것은 오비이락 수준의 내용이라 기사를 보는 순간 이상함을 느낀다. 하지만 때로는 훨씬 더 복잡한 상관 관계의 내용을 가지고 인과관계인 것처럼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물론 나도 관련 지식이 없을때는 우선적으로 전문가의 말을 가장 먼저 참고하지만 그 순간에도 항상 비판적 사고를 가지고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다시 종합적인 사고를 할 필요가 있겠다. 다소 심오한 예시를 몇가지 들며 글을 마치겠다. 일반적으로 해외 자본이 많이 유입된 개발 도상국들의 경제 성장률이 단기적으로 높은 형상을 보인다. 그렇다면 해외자본의 유입이 경제 성장을 일으키는가? 아니면 경제성장이 기대되는 곳에 자본이 유입되는 것인가? 이것은 둘 다 맞는 얘기이다. 다른 질문으로, 대한민국에서 서울은 신생아 수도 가장 많은 도시이며 인구수도 가장 많은 도시이다. 그렇다면 서울의 인구수는 출산율에 근거하는가? 모두가 알겠지만 서울의 출산율은 가장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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