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금요일에 코로나 예방 백신 1차 접종 주사를 맞았다. 최근 잔여 백신을 노리다가 해야 할 일이 많기도 하여서 어차피 쉴 것 같은 연휴 시작 전에 맞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기회를 보다가 맞았는데, 백신 접종 영향으로 가벼운 몸살이 나서 주말 동안 푹 쉬었고 지금은 산발적인 두통이 남아있는 상태이다. 어제는 몸살 기운이 조금 남아있던 차에 갑자기 초등학생 시절에 읽었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구해서 읽게 되었고, 어릴 때 읽었던 느낌하고는 느끼는 바가 많이 다르기에 글을 남긴다.
어릴 때라 해서 이해력이 부족한 건 아니었기에 그 나이에도 사회 풍자라는 것은 알았고 권력에 대한 반발과 복종 및 순응 그리고 그런 권력에서 벗어나서도 남아있는 악습과 미련 등을 못 알아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직 승승장구하는 삶과 제 잘난 맛만 알고 있던 어린 시절의 나로서는 그 개개인의 심정이 와닿지는 않았는데 여러 일을 겪고 사회를 경험하고 나서 책을 다시 읽으니 느껴지는 감정이 확연히 달라졌다.
불합리한 권력에 개인의 정의감이 어떻게 무너지고 스스로 얼마나 비굴해지는지 보여주는 병태에게 더욱 공감하게 되었고, 학급 전체적으로 불합리한 권력 속에서 정치적으로 왜곡된 서열과 성적에 불만도 부끄럼도 없이 엄석대에게 잘 보여서 서열을 올리는 걸 당연시 여기는 아이들을 보면서 대의는 없어지고 당장의 얄팍한 욕심만 남은 대중의 한심함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새로운 6학년 담임에 의해 새로운 질서가 세워지자 그제서야 드러내는 정의감과 발언들의 위선적 행태들...
그리고 어릴 때는 확실히 놓치고 지나갔던 어른이 된 시점의 결말 부분에서 보이는 권속으로서의 욕망이 눈에 띄었다. 한번 정의감을 잃은 엘리트는 이후 올바르게 행동을 하더라도 언젠가 주류에서 벗어나는 순간 언제든지 그런 왜곡된 권력 속에서 한자리를 차지해 스스로의 위신을 다시 세울 마음이 앞설 수 있다는 것을 내면의 심리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 소설을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의 못남을 느껴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늦더라도 결국에는 성공해서 정치계도 나가고 억울한 사회 위해서 재산을 쓰겠다는 꿈이 있고 지금도 그런 말을 때때로 하고는 한다. 그래서 젊은 날에는 무시나 고통은 기꺼이 참고 내 실력을 쌓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지나고 보니 한번 자리 잡은 계층을 뒤집는 건 너무 어려워 보이고, 현재의 삶 속에서 순응하면서 적당히 나태하게 살면서 하루하루 안위만 챙기는 것에 만족하는 게 어떤가라는 유혹에 자꾸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며 만족하려 한다. 책을 읽다 보니 변해온 내가 병태라는 등장인물에 비춰지면서 이대로 살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꿈과 멀어지겠구나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사회를 경험할수록 그리고 성공이라는 단어를 생각할수록 마음의 짐이 커져 결국 더 내디딜 정신력이 없어서 순응하게 되는 듯도 하다. 가진 것과 실력이 아무것도 없을 때보다,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서 성장해서 일정 수준의 성과를 목격할수록, 성장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더 크게 발목을 잡혀버릴 때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 흘린 나의 눈물은 내 영혼에 품은 영웅이 다시 한번 부활하였음을 방증한다. 아직 나는 내 마음속 영웅이 아득히 높은 곳을 향해 가는 것을 지켜볼 다짐이다.
내 영혼속에 품은 영웅을 버리지 말자.
그대의 영혼 속에 깃들어 있는 영웅을 절대 버리지 않기를, 그대가 희망하는 삶의 최고봉을 계속 거룩한 곳으로 여기며 똑바로 응시하기를 바란다. 철학관련 포스트에는 '너무' 철학적인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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