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으로 성공하는 길 (feat. 시뮬레이션 가설, 모의실험 가설)

2021. 2. 17. 15:42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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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철학적인 사유를 즐길 시간을 가졌다. 글의 주제가 자극적이고 이런 글을 쓸 때마다 이상하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생기는게 항상 걱정이 되기에 이번에도 미리 주의를 해 두겠다. 이 글이 의미하는 운의 작용은 개인의 노력을 폄하하거나 깎아내리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운이 작용하는 비중이 클 수록 노력하는 자세는 더욱 필요하다. 그것은 마치 같은 돈을 내고 남들보다 더 많은 복권을 긁을 기회를 가지는 것과 같다. 물론 복권의 갯수가 늘어서 얻는 확률적 이득이 노력의 가치에 상응하지는 않겠다. 그렇기에 노력하는 것 자체보다 어떤 방향으로 노력하는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그런 방향의 판단을 내리는 시점에서 성공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운이고, 노력은 그 자체로서의 가치가있다.

 

 세상의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흔히 말하는 졸부, 즉, 부를 순식간에 얻는 사람이 생겨나는 빈도가 높아진다. 그리고 현재는 팬데믹 상황과 더불어 과거 실물 경기 침체 와 대비 되는 급격한 사회 변화 안에서 그러한 부류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정보 교류의 속도가 시간이 갈수록 빨라지고 더욱 자극적인 정보의 전달이 언론을 지배하면서 요즘의 사회는 졸부 신드롬에 빠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새 내가 자주 접하는 현상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성공을 과장해서 부풀려 말하고 자기 자신이 성공에 대한 준비가 깊지 않았음을 자랑스레 얘기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조차 깊이 준비를 하지 않았음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급격한 사회 변화에 운이 따라 얻게 된 성공에 대해 겸손함을 가지지 못한다. 오히려 다수가 자신들이 어느날 성공의 비밀 열쇠를 찾은 것 처럼 착각들을 한다. 그런 각자가 성공에 대해 자기들만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그럴싸한 말로 포장을하고 이렇게 따라해보면 어떻겠냐고 유혹을 하며 이를 통해 각자의 부를 더욱 끌어 올리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모습은 자신들을 따라 할 경우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사고의 오류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각자가 자신들의 성공비결을 말하기 바쁘고 그런 얘기를 하는데 거침이 없다. 논리적인 사람이 볼 때 어디까지나 운이 따라 넘긴 순간들을 마치 성공을 위한 결정적인 요소로 인식하는데 그것이 또 비 논리적인 대중들에게 전파된다. 사회 변화가 느린 시기가 찾아오면 이런 부류는 자연적으로 도태된다. 그러나 사회 변화가 빠른 시기엔 부가 부를 부르는 속도가 잘못된 판단으로 평판이 깎이는 속도보다 크므로 실패가 감춰지고 한번 성공한 사람은 더 큰 성공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실례로 내 주변에 암호화폐나 특정 급등주로 근래에 큰 수익을 낸 지인들과 얘기를 해보아도 이러한 태도가 눈에 띈다. 이런 경우 크게 두가지 경우로 나뉘었다. 평소에 진짜 경제적 지식이 깊고 시대 흐름을 읽는 능력이 좋았던 사람일수록 이런 시기에 얻은 수익을 단순한 운에 치부하는 경향이 매우 높았다. 반면에 평소에 이런 부분에 대한 지식이 없다가 주변 얘기와 뉴스 그리고 유튜브 등으로 얻은 정보로 투자한 지인들의 경우 자신의 역량과 새로 터득한 몇가지 지식 덕분에 수익을 봤다고 믿는 경향이 뚜렷했다. 정말 웃긴것은 전자의 사람들은 투자는 운이 아닌 분석으로 한다고 강력하게 평소에 주장하는 그룹이고 후자의 사람들이 평소 투자는 운이라 여기던 사람들이란 것이다.

 

 이런 단편적인 금융적 사례가 아니어도 살면서 보아온 사람 중에 진짜 자기 실력으로 무언가를 성취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는걸 개인적으로 느껴왔다. 그런데 또 재밌는 것은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은 나의 실력에 대비해서 운이 별로 따르지 않는다고 여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감정을 느끼고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 자체가 나의 실력이 한참 모자르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을 수 있다.

 

 

 이제 여기서 더 철학적인 사고를 해 보자.

 

 운에 대해 좀 더 심도있는 사고를 하기전에 시뮬레이션 가설이란 것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시뮬레이션 가설이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우주가 하나의 시뮬레이션에 속한다는 철학적 사고이다. 최근에 인류는 양자 컴퓨터의 개발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실현된다면 현재의 슈퍼 컴퓨터와 비교할 때 슈퍼 컴퓨터로 지구 전체를 덮어도 압도 될 연산 능력을 발현 할 수 있다. 수치적으로 다시 얘기하자면 현재 양자 컴퓨터의 추정 연산 능력은 초당 10^1000 회의 연산 능력이 있고 현존하는 가장 빠른 슈퍼 컴퓨터의 연산 능력은 초당 10^15 회의 연산에 불과하다. (이 차이를 승수^ 기호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수로 표현하면 이 글의 한페이지가 찰 듯 하다.) 일단 양자 컴퓨터의 개발이 완료되면 양자역학 단위에서 기초적인 시뮬레이션 연산이 가능해 지는데, 이것은 진짜 현실 세계를 그대로 구현하는 정보를 다루는 것과 같다. 

 

http://scimonitors.com/%EC%96%91%EC%9E%90%EC%BB%B4%ED%93%A8%ED%8C%85-kaist-%EC%A0%95%EC%9E%AC%EC%8A%B9-%EA%B5%90%EC%88%98-%ED%95%9C%EA%B5%ADibm%EA%B3%BC-tech-talk/

 

Science Monitor

AI, Quantum Computing Science & Technology Magazine

scimonitors.com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인류가 지금 이 정도 수준의 기술에 도전하는데 기술의 발전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만약에 충분히 고등한 지성 사회가 된다면 인류는 현재 기대하는 양자 컴퓨터 이상의 것을 실현시킬 것이고 그런 기술에 도달한 사회가 우주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다루지 않을거라 생각하기 어렵다. 결국에 지적 생물체가 고도로 발전 할 수 있다면 결국에 현실 수준의 시뮬레이션을 다루게 될 것이고 그 시뮬레이션 속의 지성체가 스스로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것 역시도 가능해지는 수준이 될 수 있다. 

 만약 시뮬레이션 가설이 성립할 경우 어떤 지성 사회가 첫번째 시뮬레이션을 만들 수 있는 기술 수준까지만 도달한다면 존재 가능한 우주의 갯수에는 제한이 없어진다.

 이러한 가설이 다소 너무 공상과학적인 소리처럼 들릴 수 있으나, 사실 양자역학에 관심이 있는 상당히 많은 지식인들이 합리적인 철학적 사고라 생각하는 가설이다. 실제로 현실 세계에 있어서 최고 속도는 빛의 속도로 정해져 있듯이 대다수의 물리적 값은 태생적으로 정해져 있고, 그 외의 모든 물리적 사건들이 물리적 계산을 통해 계산 되는데 그 사건의 기원이 되는 양자 단위에서는 난수적 확률로 표현되고 있다. 특히나 양자 얽힘 현상 등을 고려하면 상호 연관된 양자들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정보 전달과 전환이 이루어 져야하는데 이것이 다른 모든 물리 법칙에서 적합한 특수 상대성 이론에 배반 되기에 아직도 논란이 있다.

 결국에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4차원을 넘는 고차원에서의 정보 개입이 있다고 가설을 세울 수 있는데, 이 경우 현실 세계가 상위 차원과 자연스레 교류하고 있는지 상위 차원의 부산물에 불과한지 판단 할 수 없게 된다. 이 가설 속에서 만약에 후자가 맞다면 신과 같은 고등한 지성체의 시뮬레이션일 가능성이 높아지는건 굉장히 논리적인 철학적 사고이다.

 

 시뮬레이션 가설은 단지 이 세계에서 운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가를 깨닫게 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만약 이게 가장 근원이 되는 지성 사회라 하더라도 바뀌는 것은 없다. 결국에, 인류의 가장 위대한 지성들이 발전 시킨 학문 속에서 모든 사건의 기원이 되는 부분은 확률적인 난수로 결정된다는 것이 정론이 되어 지지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한 상황에선 모든 사건에 있어서 운의 개입의 영향이 압도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다. 왜냐면 사건을 예측하고 추정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 이전에 이미 발생의 단계에서 운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만큼 현대 과학적 지식이 부족함을 방증하게 된다. 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판단을 한다면 결국 운에 건 판단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자극적인 주제와 제목으로 시작한 이 글은 다소 허무한 결론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 운으로 성공하는게 아니라 성공하는 것 자체가 운이다. 그러나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성공은 운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실패에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으며 보다 다양한 확률적 행동을 취해 볼 필요가 있다. 태생적으로 불리한 설정값들이 있으면 불만을 가지기도 하고 그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며, 맞서 싸우기도 해야한다. 또한 자기에게 유리한 부분들이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 나갈지 계속 선택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런 삶 자체가 노력이며 모든 활동은 다양한 확률을 가지는 원인이 되며 그 와중에 운이 따른다면 스스로 생각하기에 성공하는 삶을 가지게 된다.

 

 

 

추신: 서술 내용과 달리 양자역학에서 현재까지 주장했던 양자정보 보존과 양자얽힘 유지는 양자 시뮬레이션에서 실현되지 않음을 보인다는 기사가 2월 16일에 나왔다. 이에 대해 아직 확실하게 검증 연구가 진행된 것이 아니므로 이것에 대해 시간을 가지고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다.

 

gkjeong.tistory.com/123

 

양자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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