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진짜 욕망은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것

2024. 8. 26. 06:27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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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개월 전 자주 소통하는 대학 친구에게 '나태하게 사는게 목표다'라고 하였다. 그러다가 불과 며칠 전에는 그 친구에게 나태하게 살 수 없다는 얘기를 하였다.

https://gkjeong.tistory.com/206

 

구조엔지니어로서의 삶을 일시 정지하며... , 지금까지의 경력과 MIDAS ENSIDE 그리고 개인 사업 얘

최근에 삼성전자에서 짓는 평택의 반도체 공장 복합동 성능설계를 마무리 하고, 기존 직장에서 나왔다. 성능설계 실무 2년만에 회사에서 실력을 인정 받아, 길이 700m 높이 100m 가량의 건물을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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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서 적은 것처럼 한때 엔지니어로서의 삶 외의 다른 삶을 찾아보려다 다시 복귀한 이후로 처음 든 패배감에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무기력함과 씁쓸함을 느꼈기에, 자기방어적인 태도로 그렇게 말한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부단히 움직이는 나를 좀 쉬게 만들고 싶었다. 그 패배감에 건설 불경기라는 외적 요소가 크게 작용했음에도 그런 핑계거리가 내 자신의 패배감을 지우긴 어렵다. 휴식기가 필요하다 생각했지만 병적으로 그러지 못하니 나태함이 목표가 되었다. 첫 직장을 퇴사하고 대학원에 들어간 시점에 당시 만나던 친구와 헤어지고, 이후에 대학원 졸업 후 사회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도 지금까지 연애에 대해 시간을 쏟지 않은 것은 그런 내 병적인 심리가 크게 작용하였다. 돌이켜보니 올해가 지나면 5년을 그렇게 살고 있는 꼴이고 스스로 이게 병이라 생각되었다. 

 나태하게 살려면 언제든지 그렇게 살 수 있으나, 농담으로 그것이 목표라 칭함은 결국에 진짜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 나태하게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평소에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내가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는 진짜 목표가 무엇일까? 과거의 나는 해당 내용을 비교적 명료하게 인지하고 있었으나, 현재의 나는 잘 모른다. 어렴풋이 인지는 하고 있으나 애써 구체적으로 복기하지는 않고 있다. 과거에 내가 엔지니어가 아닌 다른 길을 걸어보겠다 생각했던 것도 그런 목표의식이 작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명료하게 기억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도 가능한지 모르겠으나, 나는 인위적으로 불필요한 기억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 사람은 자주 되짚어 보지 않는 기억은 중요도가 낮아져 무의식 속에서 기억이 점차 흐려지는데, 나는 어느 정도 수준에서 망각 속도를 올리는게 의식적으로 가능하다.

 물론 그게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기억을 덮기 위해 다른 생각에 집중할 요소가 필요하다. 그런 한가지 방법으로 문학책을 읽는 것을 즐긴다. 그런데 그것 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요새는 내가 과거에 가졌던 목표와 관계 없이,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되짚어 보고 있다. 공부시간과 운동시간을 재분배하고 내가 좋아하는게 무엇이고 내가 좋아하는 인간은 어떤 사람인지 다시 생각해 보려고 일부러 시간을 빼서 조금씩 이런 저런 경험을 다시 해보고 있다. 요리도하고, 경제학 책도 다시 읽고, 바느질도하고, 야간 드라이브도 하고, 수학문제도 풀고, 안해본 운동들도 해보고, 평소라면 바보같은 짓이라 생각한 행동들도 해보고, 비교적 최근에 자주 하지 않았거나 아예 안해본 행동들을 위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어제 일요일은 살면서 가장 나태한 하루를 보내보았다. 지금까지 모든 새로운 시도들이 나름 의미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나태함을 추구하는 것은 현 시점에선 아직도 나에게 불편함을 준다. 

 여하튼 최근에 여러 시도들을 해보면서 내 스스로의 성향을 다시 파악하고 있는데, 적어도 한가지 확실히 깨달은 것은 나는 내 기존 사고가 고쳐지는 것을 즐긴다. 발전 지향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 생각이 틀렸거나 혹은 틀릴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것들이 좋다. 그리고 동시에 내 사고 자체를 이해 받는 걸 바란다. 이해 받길 원하는 것은 누구나 그렇겠으나, 나는 공감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냥 내가 어떤 특이한 무언가를 경험하고 특이하지만 그럴 수 있지 하고 넘기는 것처럼, 나의 일반적이지 않은 부분에 그런 친구네라고 받아 들일 수 있는 사람이 좋다. 다만 거기서 그치는게 아니라, 나는 그럴 수 있으나 나를 대하는 당신이나 혹은 다른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라고 직설적으로 말해주는 사람이 좋다. 대표적으로는 10대 때부터 친구로 지내는 ㄱㅅㅇ 씨가 그런 면에서는 내가 가장 아끼는 부류의 사람이다. 

 이외에 최근에 내가 좋아하는 경우를 찾았는데, 동시에 싫어하는 것과 일정 부분 겹치는 느낌이 들어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마주하며 고민을 해볼 생각이다. 이에 대한 생각이 정리된 후엔 다시 기존에 내가 바라던 목표와 원초적인 욕망에 대해 다시 기억을 끄집어 내야겠다고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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