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2021. 4. 2. 00:46건축,건설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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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퇴사후 대학원에 들어오기 전까지 구조물 설계나 구조 검토 계산에 참여했던 프로젝트가 수십개가 되는데 그 중에 내가 메인 설계자였던 프로젝트가 열 몇개 된다. 내 경력이 그리 길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작업 속도가 꽤나 괜찮았던 모양이다. 물론 내가 메인 설계자라 하더라도 그 위의 검토자가 두 세명은 더 있었기에 두세 번의 검토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회사의 승인을 받아 계산서가 작성되는 구조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메인 설계자라는 의미는 해당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진행과정과 계산 과정 및 설계 원리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지, 내가 해당 프로젝트를 순전히 내 실력으로 커버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메인 설계를 맡았던 프로젝트 중에서 대형 구조물이 몇 개 있는데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수원역에 있는 '수원 메쎄' 전시장과 태안군에 준공 예정인 '태안 종합 실내 체육관'이다. 둘 다 장경간 트러스 구조물에 높이 10~20m 가량을 곧게 뻗는 기둥을 포함한 형태라 설계가 굉장히 까다로웠던 기억이고, 특히 태안체육관의 경우는 순경간이 70m에 달했기 때문에 웬만한 실력으로는 모델링조차 다루기 버거운 구조물임에 틀림없다. 당시 회사에서는 내 실력을 믿어 줬기에 내가 그런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었겠지만, 돌이켜보면 실수 정정도 많았고 사실 진짜 매우 힘든 시기였다.

 아무래도 내가 기존에 맡았던 설계들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았기 때문에 설계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해 새벽까지 작업을 한 날도 많았고, 피크일 때는 새벽 4시까지 일하다 퇴근해서 다음날 9시에 다시 출근해서 구조계산을 이어하기도 했다. 심지어 휴가를 내놓고 집에서 계산을 따로 해보고 관련 책이나 논문을 찾아봤으니 말을 다했다. 그래도 그때는 해당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해봄에 따라 얻는 지식의 양이 엄청났기에 그런 고생을 견딜 수 있었다. 지금에 와서 그만큼 새벽까지 고생하라고 하면 몸이 늙어서 절대 하지 못할 것이고, 지금의 지식으로는 그 당시 걸린 시간의 4분의 1이면 그 정도의 결과물은 뽑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요새도 가끔씩 센치해지는 날에는 내가 과거에 맡았던 프로젝트들이 잘 준공되어 운영되고 있는가 찾아보곤 하는데, 잘 운영되는 모습들을 보면 자부심을 느끼곤 한다.

 그 와중에 태안체육관 건은 작년에 시공 현장에서 부실 감독 논란이 있었던 것을 보고 살짝 걱정을 하였다...

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71261

 

태안종합실내체육관 '녹슨 철근' 공사 논란

장마철에 보호덮개 없이 방치, 일각에선 부실시공 우려… 태안군 "허용되는 수준으로 보고받아"

www.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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