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주제없는 글(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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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_ 장마
엄청 겁나게 억수로 흘러내려 비탈길을 걷다 고이지 않은 빗물에도 발이 젖을 수 있음을 상기했다. 더위가 싫어 장마를 즐겼으나 비를 가리지 못할 때야 문제가 있다 비를 받지 못해 내 발이 잠길 때야 문제가 있다. 땅과 풀 포기와 나무는 준비된 만큼 받아들이고 메마르게 가꾼 토양은 단비에도 무너져 흘러간다. 이 땅에 나무와 풀과 배수로까지 마련해야 비로소 장마를 받아들이겠지 오늘은 이곳에 풀 한 포기 씨앗을 심어둔다. ------------------------------------------------------------------------------------------------------------------------ 지난밤 기사를 보니 이번 침수로 허망하게 떠난 목숨이 여럿 있었다. 이 시는 ..
2020.07.24 -
주제없는 글_ 블로그 운영 중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번 주말에는 개인적인 공부를 하고 쉬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딱히 글을 남기지 않을 생각이었다. 사실 이론적으로 반도체 집적도 1000배를 가능케하는 울산과기대에서 사이언스지에 실은 논문과,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이 전세심리에 작용한 영향과 단기적 집값 상승 그리고 그에 대한 과거 노무현 정권에서 부터의 흐름에 대해 얘기를 하고는 싶었는데 묻기로 하였다. 이론은 실현까지 너무 오래 남은 얘기이고, 정권별 경제 관점과 정책의 뒷배경 같은걸 정치학과 경제학적으로 개인 관점에서 얘기하자면 그 긴 얘기를 이해시키기 힘들고, 이해하기 힘든 내용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을 하지 않고 그대로 읽거나 혹은 생각하지 않고 동하는게 두렵기 때문이다. 그런 얘기는 평소에 내 경제관을 많이 들어온 친구들 사이에서나 부연설명..
2020.07.05 -
자작시_ 기억 2, 회상, 그대 떠난 자리, 영예
기억 2 내가 그리워하던 시절들은 생생히 기억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잔잔한 호수에 새로이는 물수제비 동심의 물결을 바라보듯 막연한 행복감과 상실을 느끼었다. 현재 하는 고요함은 그 짐작못한 웅덩이던가 지금 던지는 돌맹이던가 잔상 같은 마음이던가 넋을 놓고 표정은 무엇을 표하는지 넓고도 넓고 멀고도 멀어 아득하니 광인은 망연한 중 내게왔다. 기대에 찬 그 낯은 무얼 찾는가 호수를 뒤로 하면서 지금을 생생히 하길 다짐한다. 오늘 이 날에 막연한 기대감을 두었다. ------------------------------------------------------------------------------------------------ 회상 지난날 그의 눈에 들고 싶었고 그의 뜻이 되어 내 자신을 속였다 그러..
2020.06.28 -
자작시_ 기억
기억 아, 아 유월의 태양은 너무나도 강렬하여 올려다 볼 염두조차 못내 이 그늘에 앉아 덥다 느끼는데 오늘이 지나 칠팔월이 오면 그늘까지 열이 닿을까 우려하여 옛 기억을 되짚으니 아... 아! 그 기억은 왜 이리 강렬한지 되짚어볼 엄두를 못내 이 그늘에 앉아 그 느낌만 곱씹는데 오늘이 지나 다음이 오면 나는 그 기억 속에서 기회를 다시 잡으리 반드시 잡으리
2020.06.22 -
상처, 삼겹살_자작시
상처 깊이 패이지 않았다. 깊게 베이지 않았다. 흉이지고 살을 꼬매던 와중에도 그렇게 위안했다 뼈가 부러졌더라도 지내다보니 붙어있더라 그러다 어느날 작은 찰과상에 곪을지 알지 못한채 진액이 나오는걸 보고서야 말끔히 드러내고 알싸한 소주향의 소독약을 바른다. 상처가 지져지는 그 순간은 참 아프더라 아마 그 이전은 너무 깊었고 너무 갈라졌고 끔찍했을텐데. 제때 받은 진통제 소염제 항생제에 나는 내 상처의 아픔을 잊어버렸다. 살짝 부딪혀도 울던 아이시절을 철 없게 바라보았다. -------------------------------------------------------------------------------------------------------------- 삼겹살 저번엔 전기 불판 썼더니 불맛이..
2020.06.03 -
주제 없는 글. 장면1
#scene 1 때는 2020년 5월 20일 날이 길어지는 게 슬슬 느껴져 저녁 8시경에도 어스름한 빛바랜 파란 물을 고개 들어 볼 수 있는 시기였다. 지하철을 내려 역사를 걷다 보면 놓여있는 몇 개의 벤치가 그날따라 눈에 들어온 것은 왠지 오래 앉아 있었음이 느껴지는 한 소년의 존재감 때문이었다. 그 소년은 눈시울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으나 그것이 눈병이 아니라 설움에 찬 눈물을 애써 참으려 하기 때문임은 그 표정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슬프고 화가 나면 핏기가 차오르는 것은 예삿일이지만 그런 감정 만으로 그 소년만큼 달아오르려면 안구가 남아 있을까 싶다. 그렇게까지 힘겹게 눈물을 참고 있으나 그 표정을 보기 전까지는 그가 어떤 감정을 품고 있다고 생각지 못할 만큼 어찌나 그 자세가 올곧았는지, 뒷모습을 ..
2020.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