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

2022. 8. 15. 18:10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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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경우 비교적 책을 열심히 읽는 편으로 주변에서 인식하기에 친한 사람들에게 책 추천을 부탁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도 한달에 한두권 정도 읽는게 전부였으며 요새는 한달에 한권도 잘 안 읽고 있긴 하다. 그 조차도 시간이 날 때 서점이나 도서관에 들러 가볍게 훑어 보는 수준이라 책의 깊이를 논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책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도 올해에 정독으로 제대로 읽어 본 책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레이달리오의 '원칙' 과 사서오경 중 사서의 하나에 속하는 '중용'이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원칙'의 경우 자신의 혹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인사권에 영향을 줄만한 위치에 오르지 않은 이상 개방적 사고를 위한 평범한 자기계발서 이상의 가치는 못 느낄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중용'의 경우 일반적인 독서 방식으로는 도통 하나라도 건질 수 있는게 없을 수 있겠다. 그럼에도 '중용'은 굳이 블로그 글로 주제를 잡고 남길 만큼 가치가 큰 책이라 생각된다. 

 중용은 본래 '예기'의 49편 중 31편에 속한 내용이었으나 따로 분리가 되어 읽히고 있다. 현대 전해지는 중용의 탄생 배경은 다음과 같다. 송나라 시절 유가 중심의 문치 사상 속에서 국방력이 약해지고 이민족이 금나라를 세워 남송시대로 접어들자 위기 의식 속에서 지신인들이 관직에 오르기 전부터 나라를 걱정하고 관직에서의 책임감이 고취되기 시작하였다. 이때 주희는 치국에 도움이 되고자 유교의 틀을 다시 잡기 위해 경전을 정리 하던 중 예기에 속해 있던 대학과 중용에 대한 해석을 가미하여 주요 경전으로 격상시킨다. 참고로 우리가 한문을 배울때 흔히 익히는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는 대학의 전체 내용이다. 주희는 이렇게 격상된 대학, 중용을 포함한 4서를 읽을 때 그 순서를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을 지켜 읽는게 좋다 하였다.

 개인적으로 오경은 읽지 않았지만 사서에 해당되는 내용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읽은 편인데, 그럼에도 중용의 내용을 읽을 때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게 없었다. 굳이 언급하자면 성실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느낌 뿐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다른 경전들과 달리 중용은 그 이름 자체에 뜻이 담겨 있어서 중용을 지키는 것이 그 전부임을 인지하고 내용을 곱씹어 봐야만 비로소 조금이라도 얻어지는게 생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해석된 문단을 보자

 

 '오직 천하의 지극히 성실한 사람이어야 천하의 위대한 법도로 다스릴 수 있고, 천하의 위대한 근본을 세우며, 천지의 변화와 생육을 알 수 있으니, 무릇 어찌 치우치는 바가 있겠는가? 간절하고 지극한 그 인자함이여, 깊고 깊은은 그 연못과 같으며, 넓고 넓음은 저 하늘 같구나. 진실로 총명하고 성인의 지혜를 갖추어서 하늘의 덕에 도달한 자가 아니라면, 그 누가 그를 알아볼 수 있겠는가?'

 

 위의 문장은 어찌보면 각종 미사어구로 포장한 군자의 인성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지만, 중용에 담긴 글들의 맥락을 살펴 읽으면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저 문단에서 말하는 바는 일반적인 사람이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기엔 부족함이 많으니 한 방향으로 생각하지 말고 남들이 알아봐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인자함을 잃지 말라는 조언의 의미가 강하다. 그런데 해당 글을 읽으면서 그와 같은 생각이 들 수 있는가?라고 물으면 나 역시도 한참을 곱씹지 않으면 그 뜻이 와닿지 않는다. 그렇기에 중용의 가치가 크지만 쉽사리 추천하지 못하고 그럼에도 서평을 남기듯 블로그 글로 이렇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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