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생활기록부 열람 열풍에 동참하여...

2023. 9. 14. 06:33개인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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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sedaily.com/NewsView/29UM745ERC 

 요새 MZ세대사이에 본인의 10대시절 생활기록부를 떼서 열람하는게 인기라는 경제신문 기사를 읽고서 나도 내가 생각하던 기억이 맞는가 싶어 오랜만에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떼봤다. 생활기록부를 보니 다행히 내가 블로그에서 거짓으로 적은 내용은 없어보인다. 생활기록부 내용을 아래 첨부하면서 내 학창시절 기억을 다시 되짚어 본다.

 

 

'MBTI보다 정확, 선생님 감사'…MZ, '생활기록부' 조회 열풍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 조회 열풍이 불고 있다. 8일 X(엑스·옛 트위터)에는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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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서고는 내가 다니던 때나 지금이나 전국 일반고에서 5번째 정도 수준의 학교이고 매년 수십명의 의대, 서울대 진학생 수를 뽐내고 있는데, 50위 이내의 학생은 등수 그대로 순서대로 앉혀 공부시키는 것으로 유명했다. 나는 탐구과목을 제외하면 15등 내외를 유지하는 편이었고 탐구과목을 포함하면 항상 10등 이내에 드는 등수였다. 교내외 수상기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수학은 편차가 있어서(사실 지인들은 다 아는게 내가 수학 자체는 적당히 잘했는데 조금만 머리가 흥분해도 산수를 상당히 못한다... 차분한 상태에선 괜찮지만...;;; 대학생 4학년때 적성검사 준비 시 다른건 하지 않고 초등학교용 산수 연습장 풀고 기본적인 한자리수 계산 실수 안하는것부터 교정할 정도로...) 수학부분은 교내경시에서 은상 한번 타본게 다이지만, 과학과 관련한 부분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석권하는 편이었고, 수능 모의고사 기준으로는 언,수,탐은 항상 1등급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언어랑 과탐은 컨디션 조절만 하면 만점 수준을 유지했는데, 영어는 보통 2등급 상위권 수준이었고 운이 좋아야 1등급이었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즉흥적으로 하고 싶은 공부부터 하는 탓에 부분적으로 펑크나는 곳이 많이 있긴 하지만, 워낙 공부 자체를 즐긴탓에 여러 분야의 지식을 묶어서 생각하는게 가능하였고, 체계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아도 성적은 좋게 나왔던 것 같다. 

다만... 생활기록부에도 드러나고 과거 블로그 글에서도 남겼듯이 그 시절에 영재로 인정 받았음에도 나보다 뛰어난 친구를 서울 각지에서 보면서 스스로 물리학자로서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고, 카이스트에 진학하지 못하면 가고 싶은 대학이 없던 터라 고3때부터는 수능공부를 3월 이후로 놓았었다. 일반고는 과거 모의고사 성적 기록을 카이스트 입학사정관이 요구했기에 3월까지만 수능공부를 하였고 이 시점의 모의고사 성적이 피크로 상위 1% 이내로 확실히 올라온 시점이었다.

 내 선배세대나 후배세대와 달리 카이스트 정시를 없앴던 시기의 입시를 치뤘고(정시가 내가 입시치른 해에 부활했다면 수능 공부를 끝까지 병행했을거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카이스트는 충분히 붙을만 하다고 자신했기에 그 이후엔 수능을 신경쓰지 않고 수학과학 공부만 더 깊게 하였다. 문제는 이렇게 수학, 과학 공부만 하고 다른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이 패착이었다(10대때는 속독이 가능했었기에, 언어는 마음 먹으면 하루에 한권 씩 풀 수 있었기에 감 떨어질 때만 풀었고... 영어는 당시에 흥미가 없었다).

 문제는 당시 이명박 정부 시절에 글로벌 표준에 맞는 대학 수업을 강조하면서 카이스트의 모든 수업을 영어수업으로 돌리게 하였고, 일정 학점을 받지 않으면 장학금이 나오지 않게 하는 등의 갑작스런 변화로 카이스트에서 자살자가 4명이나 연달아 나왔다. 이 때문에 카이스트 최종면접에서 영어 면접 비중이 일시적으로 상당히 높아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에 카이스트에 최종합격한 타학교 친구들과 비교할 때, 다른 부분에서 면접은 충분히 잘 봤기에 진짜 기본 회화 수준의 말만 했어도 붙을만 했는데, 당시에 내가 영어회화 울렁증이 너무 심하기도 했고 최종면접 마지막의 영어면접이 심리적으로 너무 부담되었던 터라 영어를 그렇게 못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한마디도 똑바르게 말 못하고 목이 막혀서 울먹거리다 나왔다.

 이제 와서 말하면 오히려 내가 목동의 강서고 출신이 아니었다면 카이스트나 서울대를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3학년 1학기까지 내신 평균등급이 1.8이내였던 기억인데, 내 성격상 내가 관심없는 분야는 누구랑 경쟁하는 마인드가 아니라 내 친구 만큼은 해야지 라는 마인드이기도 하고, 내가 꽂히면 하는 성격이기에 그냥 다른 고등학교를 갔으면 내신도 훨씬 나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내가 수학 과학 언어는 기본은 했으나 영어를 상대적으로 못하였는데, 나랑 비슷한 등수의 다른 반 애들 중에 선생님들이나 주변인들 사이에서의 특이한 내 평판을 시기하던 애들이 몇명 있었다. 당시 최상위권 자식을 둔 아이들만 초대받는 어머니 모임 같은데서 어머니들 주도하에 스터디 그룹이 생겼는데, 해당 스터디에서 내가 영어를 못한다고 꼽주는 애들이 있었고 그런 경험이 당시 영어 울렁증을 더욱 심화시켰다. 당시 나보다도 등수가 떨어지는 애한테 영어 2등급 짜리가 성실하지도 않은데 여기에 껴야겠냐는 소리까지 들었으니... 영어로 말하는게 언제부턴가 더욱 두려웠다. 그 시기는 집안에서 학교 바로 앞 건물의 독서실 사업도 병행 하던 때여서 일부러 나는 야자째고 사설 독서실 간다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마케팅을 직접 하기도 하던 인간인지라, 학교 애들도 그 사실을 알았기에 일부러 찾아주는 학생들도 있어서, 괜히 나 때문에 이미지 상해서 집안 수익에 피해 갈까봐 그런 애들이랑 웃으면서 지내려고 억지로 바보 웃음 짓던 내 모습이 처량하다.

 그렇게 입학사정관 전형 일반전형 모두 떨어지고 물리학자에 대한 꿈을 어느정도 정리하게 되었다. 블로그의 다른 글에 남긴 것처럼... 수능때는 수면 습관 문제로 수능 때 잠들고 평소에 항상 만점을 받던 물리가 3등급이 나오고 원하던 수준의 최상위 학교의 물리학과를 갈 길이 없었기에 원래 좋아하던 구조역학을 하기 위해 정시로 건축공학과로 진학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

 

https://gkjeong.tistory.com/15

 

어떻게 고난은 나를 성장시키는가. 내 인생에 관하여

What does not destroy me, makes me stronger.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라는 의역으로 유명한 니체의 글귀이다. 사실 영어 문장으로 확인하면 '나를 망가트리지 못하는 것은

gkjeong.tistory.com

 

 

여담으로 내 생활 기록부를 보면 특이한게 물리학자를 줄곧 원하면서도 화학반으로 진학한 점이다. 물리는 중학생때 올림피아드 수상도하고 했던터라 독학으로 해도 충분했기에 일부러 화학반에 들어가서 화학 공부를 하였다. 화학과 물리가 결국에 양자 단위에서 얽혀있기에 그런 선택을 선뜻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벼운 농담을 하더라도 무조건 실현시키는 편이었다. 여름방학때 공부를 몰아서 하는게 자신 있으면 16시간 공부 해봐라는 담임 선생님 말에 실제로 그렇게 타이머 재면서 하기도 하였다. 고3때 수능공부를 하지 않았기에 밀린 EBS연계 문제집을 여름방학이 끝나갈 쯤에 풀기 시작해서 한달이 되기 전에(대충 17일정도 걸려서 20여권을 복기 없이 하루종일 풀었던 기억이다. 여러권을 쉬지 않고 풀었기에 복기는 비슷한 유형을 다시 풀면서 한다는 느낌이었다.) 당시에 출간된 모든 EBS 문제집을 풀었고 9월 모의고사 성적을 다시 올려서 담임선생님 걱정을 덜어주기도 하였고, 고3때 누가 나한테 진학 실패해도 재수 안할거면 고3 2학기에 9등급 맞아도 되겠네? 라고 물어봐서 뭐 그렇게 하지 하고 실제로 화학2 과목을 일부러 오답을 골라서 그렇게 해버리기도 하고 하였다.

 진짜 웃긴건 당시에 중간고사 등수를 같이 고려하면서 기말고사 점수를 조정한건 아니고 그냥 변덕으로 객관식은 전부 틀리게 고르고 주관식은 좀 풀어도 9등급 되겠지 하고 풀었는데(아무래도 막학기에 성적 필요없는 애들은 한줄로 그어버리고 내지 당시의 나처럼 일부러 오답 고르는 애들은 없기에 문제를 좀 풀어도 9등급이 나올거라 계산하기도 하였고, 그렇게 주관식 문제를 조금이라도 맞춰야 내가 공부를 놓아 버린게 아니고 그냥 마지막 학기의 성적이 필요 없어서 그러나보다 라고 화학 선생님을 이해시킬 것이라 생각했다.), 중간기말 합친 등수를 확인하니 우연히도 1학기때 앞에서 센 등수와 2학기때 뒤에서 센 등수가 똑같아서 친구들 사이에서 점수를 이렇게 까지 컨트롤할수가 있냐는 식의 오해를 받기도 하였다.

 

 그런데 지나고 봐서 생각하니, 씁쓸하긴 하지만, 하고 싶었던 과학자의 길은 현재 가고있지 않음에도 안주하지 않고 소년과 같이 야망을 가지며 도전하는 삶을 지속하게 되는 부분에서 이득인 것도 같다.

honest, frank, straightforward, open, plain
 
 
 
 
1. (행동·행위 등을) do, have; (연극·운동경기 등을) play
2. (만들다, 장만하다)
3. (동작·표정 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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